항문 농양 첫 번째 수술 후기
2020년 12월 갑자기 엉덩이가 아파왔다. 그땐 한창 김장철이라서 허리를 너무 많이 써서 엉덩이가, 정확히 말하자면 엉덩이 아랫부분이 아픈 줄 알았다. 그래서 정형외과도 가고 신경외과도 가봤는데, 허리가 후만증이라고 일자가 돼서 아픈 거라고 했다. 치료를 받아도 낫지 않고 나중에는 허리를 펼 수도 없고 어딘가에 편하게 앉을 수도 없었다.
너무 허리가 안좋아서 정형외과에 입원해서 MRI도 찍고 치료도 받았다. 그러다가 하루는 링거를 빼고 샤워를 했는데 항문 주위에 혹, 종기 같은 것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열도 났다. 항생제를 계속 먹고 주사를 맞는데도 피검사를 하면 염증 수치가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의사한테 보여주니 얼른 일반외과로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토요일에 급하게 큰 병원으로 진료를 가니 일단 CT부터 찍고 오라고 했다. 복부 CT는 주사 같은 것을 맞고 찍는데 뜨끈한 느낌이 몸을 감쌌다. 아, 전날부터 금식했다. 복부 CT를 찍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고, 급하면 수술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했다. CT를 찍고 의사를 만나니 이렇게 걸어 다니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 엉덩이 한쪽에 조그맣게 자리를 잡고 시작한 농양이 엉덩이 전체에 퍼져서 수술이 급하다고 했다. 이렇게 심하면 항문 쪽으로 번져서 큰 수술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바로 입원수속을 밟고 거의 30분도 안돼서 수술방으로 옮겨졌다. 토요일 오후쯤이었는데도 수술방이 열렸다. 바로 하반신 마취를 하고, 수술이 시작되었다. 뭔가 샤워기 같은 것으로 자꾸 쏘면서 수술을 1시간 정도 받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 해졌다. 그래도 끔찍하던 통증은 하반신 마취를 하자마자 사라졌고, 오히려 몸이 편안했다.
다행히도 항문쪽으로는 농양이 침범하지 않았다. 하반신 마취가 풀리고 나니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다만 항문 쪽에 피통 같은 걸 달아놓고 상처는 꿰매지 않았다고 했다. 농양이 너무 심해서 계속 배출되도록 둬야 한다고 했다. 소변을 보러 갈 때마다 불편하긴 했지만 그래도 참을만했다. 문제는 대변인데, 대변을 보는 것 자체에는 통증이 없다. 하지만 닦기는 힘들고 바로 물로 씻어내야 했다. 애초에 수술할 때부터 물로 씻어냈으니까 상처에는 문제가 없는데, 비데는 균이 있으니까 사용할 수 없고, 대변을 보고 나서 샤워기로 씻어내야 한다. 이게 참 곤욕스럽다. 혼자서 하기도 힘들고 누군가가 도와줘야 하는데, 그건 그거대로 수치스럽다. 그리고 화장실을 갔다가 상처부위에 해놓은 드레싱이 떨어지면 수시로 간호사 선생님을 불러서 다시 해달라고 해야 된다.
화장실에 가기 힘들다고 또 안먹으면 안 된다. 그럼 또 그거대로 문제가 생긴다. 변비가 생기거나 물이 부족하면 폐렴이 올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드레싱 때문에 하루에 4번도 넘게 간호사 선생님을 불렀던 거 같다. 그래도 입원은 6일 정도. 수술을 하자마자 일상생활에 거의 문제가 없었다. 다만 외래진료를 거의 1주일마다 4번 정도 갔다. 의사 선생님이 계속 고름 같은 게 나온다고, 모양이 안 좋아서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아무튼 4주 정도 지나고 나니 이제 괜찮다고 혹시 무언가 바로 변화가 있으면 바로 병원을 방문하라고 했다. 그러고 한참을 괜찮았다. 사실 수술을 하자마자 괜찮았다. 시키는 대로 좌욕만 하루에 2번씩 꼬박꼬박 열심히 했다.
하지만 '재발 할 수도 있다', 그게 복선이었다.
항문 농양 두번째 수술 후기
2022년 9월, 정확히 수술한 자리에 또 무언가가 항문 혹 종기 같은 게 만져졌다. 제발 그냥 단순히 여드름 같은 것이기를 바라면서,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엔 그냥 동네에 있는 항문외과에 갔다. 전에 수술했던 선생님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는데 도저히 스케줄을 맞출 수가 없었다. 의사는 보자마자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5분이면 되는 간단한 수술이라고 했다. 약을 먹어서 없앨 수 없냐고 물었더니 소용없단다. 약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다.
나는 그렇게 2번째로 또 항문농양 수술을 받았다. 이번에는 국소마취, 사실 항문농양은 거의 안아팠는데 마취가 훨씬 아팠다. 하지만 전에 겪어보지 않았던가, 얘를 그냥 놔두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전의 고통을 다시 떠올리면서 꾹 참았다. 마취부터 제거하는 데까지 길게 잡아야 15분 정도가 걸렸던 거 같다. 항생제랑 진통제 같은 약을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
통증? 거의 없었다. 약먹을 시간이 지났는데도 통증은 거의 없었다. 다만 피랑 농같은게 좀 많이 흘렀다. 전에 수술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전에 아팠던 것에 비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니다.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은 좌욕 하루에 2~3번 하기, 약 잘 챙겨 먹기, 운동은 5일 지나고부터 하기. 오래 앉아있는 것은 좀 불편하지만 크게 무리는 없다. 바로 화장실 이용도 가능하고, 샤워도 가능하다.
다음 날 병원 진료를 가니 수술부위를 보고 잘됐는데 혹시나 또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내가 약간 특이 케이스라는데 모양이 안좋아서 다 도려냈다고 생각하는데 농양이 조금 남아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무튼 처방전 하나 주고, 2~3주 안에 통증이나 출혈이 심하면 방문하고 아니면 안 와도 된다고 했다. 역시나 꿰매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이 수술 2일 차인데 통증은 거의 없다. 딱딱한 곳에 앉으면 좀 아프다.
첫 번째 수술은 진짜 심할 때 했고, 두 번째 수술은 그나마 초기일 때 했다. 갑자기 이유가 불분명한 엉덩이 통증이 있거나, 항문이 붓거나, 항문에 혹이나 종기가 같은 게 만져진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장 항문외과나 아니면 그냥 외과에 방문하라는 거다. 내과나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절대 안 된다. 내가 3군데 다 가봤는데 못 찾고 나만 고생했다. 부끄럽다고 참지 마라. 낫겠지 하고 항생제 같은 거 먹으면서 견디면 안 된다. 버티다가 열나면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병원 가는 게 더 힘들다.
항문농양 수술을 두 번 받아보니 초반에 받으면 회복도 빠르고 통증도 없다. 하지만 버티다가 가면 그건 정말 아니다. 그냥 아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 바로 병원으로 가세요.
항문 농양 수술 보험 청구
아, 그리고 항문농양 수술 보험은 일단 생명보험에서 1~3종 수술특약이 되어 있으면 1종으로 수술비를 받을 수 있다. 근데 이건 근본적인 수술로 인정되야만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 나는 첫 번째 수술에서는 1종으로 보험금을 받았다. 두 번째 수술은 아직 청구중이라서 모르겠다. 실비보험은 실비 부분은 받을 수 있고, 수술비 특약 부분은 안주더라. 이것도 살짝 찾아보니 2009년 이전에 실비보험을 가입한 경우라면 항문 관련 질환 자체가 실비 적용이 안된다고 하더라. 제일 좋은 것은 직접 보험사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내 기억이 맞다면 입원해서 치료받았을 때 병원비가 60만 원 정도 나왔고, 통원치료를 하니 13만 원 정도가 나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아까와 말한 유사증상이 있으면 빨리 병원에 갈 것!! 무서우면 엄마 손이라도 잡고 꼭 병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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