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만한 추리소설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기본정보

 

저자 마이클 로보텀 저 / 김지선 역

원제 THE SECRETS SHE KEEPS

쪽수 576쪽

카테고리 국내도서 > 소설 / 시 / 희곡 > 장르소설 > 추리 / 미스터리

 

리뷰

 

이 소설은 독특하게 애거사와 메건이라는 2명의 여자의 상반된 삶을 교차해두고 두 여인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자 처해있는 환경은 다르지만 임신이라는 주제로 이어져 사랑이 일상이 되어가며 평범해지는 가정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재 임신중인 애거사는 출산일을 기다리며 부유층이 사는 런던 교외의 한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합니다. 만삭의 몸으로 일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기다려지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모든 면에서 완벽해 보이는 메건을 보는 것입니다. 애거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매건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메건은 항상 멋진 옷을 입고 사랑스러운 아들 딸이 있으며 파워 블로그로 아이 양육에 관한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애거사는 슈퍼마켓의 유리창을 통해 메건이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 모습, 다른 엄마들과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애거사는 누구보다 빨리 메건이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출산예정일도 비슷합니다. 

 

애거사는 비록 임신 중이지만 혼자 지내고 있습니다. 어머니와는 10대 때 겪은 어떤 일로 사이가 틀어져 지금까지 데면데면 하고, 친구도 별로 없습니다. 뱃속의 아이의 아빠는 해군으로, 나이트에서 만났습니다. 그와는 복귀하기 직전에 헤어져 바로 바다에 나가버렸기 때문에 연락을 할 방법도 없습니다. 애거사는 혼자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는 없다고 생각해 해군 복지국에 연락을 하고 아이 아빠의 부모님을 찾아갑니다. 

 

메건은 겉으로 완벽해보이는 삶을 살고 있지만 본인은 전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남편이 달가워하지도 않는 셋째를 가질 생각은 없었습니다. 셋째를 가지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더 생겼고, 남편인 잭은 메건이 다시 일할 날만을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은 와중에 메건은 슈퍼마켓을 방문했고, 아이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아이를 찾아준 사람이 바로 임신 중인 애거사. 메건은 고마움과 친절함을 표하면서 애거사와 가까워지고 집으로도 초대하게 됩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을 한 번쯤 부러워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부러움으로 끝나지 않고 애거사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메건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지켜봅니다. 애거사가 부러워하는 메건의 삶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행복'처럼 보이지만 당사자인 메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셋째 아이에 관한 알 수 없는 진실과 그것에 엮인 관계, 남편 잭이 숨기고 있는 비밀. 그런 여자의 심리를 잘 그려낸 심리스릴러 입니다. 

 

메건과 애거사의 시선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두 사람 모두의 마음에 깊이 빠져들게 합니다. 누구나 나만이 느끼는 고민이 있습니다. '완벽한 삶'이란 있는 걸까요? 내가 보는 다른 사람의 삶이 완벽해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은 완벽하다고 생각할까요? 좋은 것만 보이고, 행복한 그 찰나의 순간만 보이는 게 아닐까요? 이 소설은 애거사가 만든 일방적인 관계 형성을 위주로 흘러가지만 메건과 애거사의 이야기를 교차로 들려주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삶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거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완벽한 매건의 삶 중의 딱 하나만 가져오는 것, 그 정도는 나눠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을 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으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거사의 노력의 방향은 남달랐습니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간절한 것 하나 정도는 이루고 살고 싶어서, 이 정도는 내가 가져도 되지 않냐는 생각이 들어서, 한계를 시험하듯 뭔가를 자꾸 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에는 그게 범죄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말입니다. 

 

비록 끔찍한 사건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지만, 그 사건의 전후로 애거사와 메건의 심경 묘사는 대부분 아이, 사랑, 결혼 처럼 모든 여성이 고민하는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쩌면 현실에서 소극적으로 다뤄지던 부분을 끔찍한 사건을 통해 극대화했다고 생각합니다. 결말은 선과 악의 극대화 대신 우리가 생각하도록 하는 여지를 남겨줍니다.